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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7일 보졸레 누보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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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1월 셋째 주 목요일 0시. Les Beaujolais Noveau Sont Arrivés! 축하의 함성과 함께 보졸레의

햇와인이 출시된다. 이날 프랑스 현지에서는 ‘보졸레 누보 데이’를 기념하여 많은 이벤트들을 진행한다. 오는 17일, 국내 소비자들도 올해 첫 와인을 만나는 설렘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임효진 사진 www.beaujolais.com

 




 

보졸레의 햇와인

보졸레 누보는 프랑스 부르고뉴 남부에 자리한 보졸레 지역에서 해마다 빚는 햇와인을 의미한다. 이 와인은 가메(Gamay) 품종으로 만드는 레드 와인으로 탄소침용 과정을 거쳐 수확 후 6~8주 내로 병입 된다. 그리고 매해 11월 세 번째 목요일에 전 세계 동시에 출시된다. 이를 기념해 보졸레 지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파티를 벌인다. 이 와인은 딸기, 라즈베리, 풍선껌 향이 나며 탄닌이 세지 않아 가볍게 즐기기 좋다.

보졸레 누보의 유래는 제2차 세계대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군의 공습으로 프랑스의 도시 대부분은 잿더미가 되었고 사람들은 파리에서 그리 멀지 않은 시골마을로 숨어들었다. 그중 보졸레 지역으로 피신한 피난민들은 한동안 그곳에 정착하며 전쟁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았고 피난민들은 11월, 갓 숙성한 보졸레 와인의 전통적인 수확 행사를 지켜보며 잠시나마 고향을 떠난 외로움을 달랬다. 그들과 함께 보졸레 행사를 참관하던 기자들은 이 지역의 소식을 프랑스 곳곳에 알리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보졸레의 수확 행사는 전쟁의 암울함에서 프랑스인들을 위로해 주는 소소한 즐거움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1970년대에 이르러 보졸레 누보 출시가 거의 국가 행사로 번지면서 ‘보졸레 누보가 도착했어요(Le Beaujolais Nouveau estarrivé!)’라는 배너가 곳곳에서 발견됐다. 80년대에는 유럽에도 그 열기가 전해졌다. 1985년 프랑스 정부는 보졸레 누보 출시를 11월 셋째 주 목요일로 지정했고, 이때부터 11월 셋째 주 목요일이 되면 전 세계에 보졸레 누보가 출시되고 있다.

 

보졸레 바로 알기

보졸레 지방에서 생산하는 햇와인에는 보졸레 누보와 보졸레 프리뫼르 2가지가 있다. 보졸레 누보는 이듬해 8월 말까지, 보졸레 프리뫼르는 출시로부터 6개월의 유통기한을 둔다. 프리뫼르가 질적으로 더 우수하며 ‘빌라쥐(Village)’라는 단어가 붙는 경우, 한층 더 질이 좋음을 의미한다. 보졸레 누보와 프리뫼르는 여느 와인보다 신선미가 넘친다. 하지만 보졸레 와인 산지에 대해 오해를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보졸레 누보 와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보니 보졸레의 모든 와인을 빠르게 마셔야 하는, 질 낮은 와인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햇와인은 보졸레 와인의 한 카테고리에 불과하며 다른 와인 산지와 마찬가지로 질 좋은 크뤼(crus) 급 와인이 나고 있다. 이 와인들은 장기 보관이 가능하며 훌륭한 퀄리티를 보인다. 참고로 보졸레 산지 안에 크뤼급 와인이 나는 곳은 모두 10개에 달한다. 

 

한국에서 즐기는 보졸레 누보의 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말부터 보졸레 와인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많은 관광객들이 보졸레 누보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부르고뉴 보졸레로 향했고 한국에서도 보졸레 누보의 밤을 즐기기 위해 곳곳에서 파티가 열렸다. 인기가 한창일 때는 미리 예약을 걸어 보졸레 누보를 확보해 놓는 매장들도 있었다. 그러나 2008년, 리만 경제 위기 사태를 겪으면서 보졸레 누보의 밤도 서서히 우리들 주변에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그 흔적을 찾기 어렵다. 

지금 한국에서는 소비자들의 와인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많아지며 올드 빈티지의 와인이 대대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이에 신선한 햇와인인 보졸레 누보는 11월 무렵에만 마실 수 있는 저렴한 와인으로 여겨지어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올해 수확한 포도를 바로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와인, 보졸레 누보를 향한 함성이 다시 한 번 울려 퍼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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